[에스밀 로저스] 다혈질에 악동, 커브 장인
최고 구속 155km/h, 평속이 150km/h를 넘나드는 매우 강력한 패스트볼(속구)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무브먼트도 상당히 좋다. 또한 140 km/h를 상회하는 슬라이더와 투심 패스트볼, 커브, 체인지업을 구사할 수 있다.
넥센에 입단해서는 150에 육박하는 투심을 많이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주무기 또한 커브로 바뀌었다. 전임자였던 밴헤켄이 포크볼 장인이였다면, 로저스는 커브 장인.
이 정도만으로도 한국에서는 탑급의 구위인데, 거기에 공격적인 피칭 스타일까지 가지고 있어 볼넷을 줄이고 타자로부터 템포를 빼앗아 오는 데에도 능하다. 원래 메이저 리그 통산 땅볼 유도율이 45.9%에 달할만큼 맞춰잡는 능력이 좋다. 당연히 탈삼진은 적은 편. 그러나 예외적으로 15시즌 양키스에선 커리어하이의 삼진률을 보여줬다.
골반은 타자 정면인데 어깨랑 팔이 완전히 엉덩이 뒤로(!) 돌아가있다. 엄청난 유연성이 있어야 가능한 폼.
그리고 로저스의 진정한 주무기는 바로 이 공을 끌고 나오는(딜리버리) 폼에 있다. 프로야구 타자는 숨겨 나오지(디셉션) 않은 공이라면 150km 짜리 공이라도 배팅볼마냥 칠 수 있지만, 이렇게 철저히 숨겨 나오면 정말 답이 없어진다. 이러한 투구폼에 의해 타이밍을 뺏기게 된 타자는 평속 150에 육박하는, 제구까지 된 로저스의 공을 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된다.
그리고 수비의 도움도 적절히 받으면서 15시즌 후반기에 엄청난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실제로 로저스가 경기에 나선 날은 강경학을 위시한 내야진이 일치단결하여 더욱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다.
또한 육체적 기질 못지 않게 중요할 수도 있는 정신적 요소, 즉 멘탈도 매우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술된 첫 문단의 소개처럼 '응원단장'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선수들과 뛰어난 융화력을 과시하고 있으며, 실제로 다른 한화 이글스 선수들의 인스타그램 등을 보면 이것이 가식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위기 시의 피칭도 거의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물론, 위 사진의 2015년 8월 22일 기아 타이거즈 전에서 오물투척/욕설로 인해 흥분한 이용규 등 매우 어수선해진 팀 분위기를 순식간에 가라앉히고 위기를 수습하는 카리스마까지 지니고 있다.
넥센에 입단해서도 비슷하다. 절대로 제구가 흔들리거나 멘탈이 흔들리거나 그런 건 찾아볼 수도 없는 위기관리 능력으론 KBO에서 최상위권을 자랑한다. 경기 운용 능력이 상당히 뛰어난데, 초반에 많은 공을 던져놔도 다음의 이닝에는 맞춰 잡는 등으로 삼진을 뽑아내고 있다. 최상위권의 다양한 변화구와 엄청난 구위의 투심과 딜리버리 등등 정말 KBO에 왜 왔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좋은 투수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왜 MLB에서 성공하지 못했나 의아할 정도이다. 사실 로저스는 메이저 리그 기준으로는 구위가 썩 좋은 투수가 아니다. 피치 밸류를 살펴보면 슬라이더를 제외하고는 모두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는 수준이다. 물론 수직 무브먼트는 메이저 기준으로도 좋은 편이지만, 수평 무브먼트가 떨어진다. 쉽게 말해 '작대기 직구'라는 얘기.
로저스가 메이저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은 특별한 장점이 없다는 데 있다. 상술하였듯 v무브먼트가 아주 좋기는 하지만 이는 투수의 능력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미국에서의 로저스는 삼진, 볼넷, 홈런 모두 좋지도, 크게 나쁘지도 않은 투수였다. 그리고 마이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메이저로 올라오면 피홈런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전형적인 AAAA리거 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특별한 장점이 없다'는 건 어디까지나 괴수들이 우글거리는 메이저 리그 기준일 뿐이다.. 메이저 리그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의 리그인 KBO에서는 얘기가 많이 달라진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고 + 다양한 구종을 가진데다가 + 제구력까지 준수한 사기 유닛이 된 것이다. 거기에 130구를 넘기고도 여전히 구속이 150이 찍히는 스태미너까지 있으니 이건 뭐... '딱 2% 부족한데 다재다능한' 전형적인 AAAA리거가 리그 수준을 살짝 내렸을 때 얼마나 강력한 포스를 내뿜게 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물론 로저스와 메이저 커리어가 비슷하거나 심지어 더 좋은 적잖은 투수/타자 용병들이 소리없이 사라진 케이스를 생각해 보면 리그 적응력이 매우 중요한 실력 중 하나이며, 로저스는 이 점을 훌륭히 충족시키는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로저스는 아메리카 대륙(고향인 도미니카 공화국, 그리고 미국)을 난생 처음으로 떠나 온 곳이 이곳 대한민국이다.
용병을 뽑을 때 정말 그 트리플 A급과 메이저 리거 급 선수 사이의 선수를 찾아내는 것이 굉장히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 무능한 한화의 스카우터들이 로저스를 발견해냈는지 참 그저 용할 따름.
물론 15시즌 한화 이글스에서의 성적은 70이닝을 넘게 던지면서 홈런을 1개 맞은 걸로 봤을 때 어느 정도 운이 따른 것일 수도 있다. 15시즌 마이너리그에서는 30이닝 정도에 0홈런이다. 결국 산술적/평균적으로는 크보의 탑급 외인인 소사, 밴 헤켄과 비슷한 130정도의 FIP+를 기록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상술한 로저스의 강점, 특히 사기적인 딜리버리와 평균구속을 KBO의 타자들이 끝내 넘어서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일지는 2016시즌을 거쳐 보아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16년 6월 24일 한화에서 방출됨으로써 최소한 김성근이 감독으로 있는 한화에서는 그 모습을 다시는 보여줄 수 없게 되었다. 로저스의 수술 후 부상 회복 속도가 기대 이상으로 빨라 팬들은 쓴웃음만 짓는 상태. 뭐 아무리 빨라도 5경기 이상 120구 이상 투구급의 선발 혹사를 또 체험한다면 모를 일이지만...
결국 넥센으로 돌아오더니 기어이 재능이 만개했다. 구속을 줄였는데, 기본 6이닝은 소화하는 이닝이터+탈삼진은 물론, 볼넷은 상당히 적게 주는 맞춰 잡는 수준과 패스트볼을 적절히 섞어서 던지니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질 못 하고 있는데, 1/3의 경기를 치르고 있는 5월 17일 현재, KBO 외국인 투수 중에서 이닝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며, 기어이 완투승까지 따내고 있다.
성격은 다혈질에 악동 기질이 있어서 경기 중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한다. 다만 넥센이 인기팀이 아닌 관계로 하는 짓에 비해 과도하게 공격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넥센팬들은 이전까지 거의 항상 모범생 타입에 가까웠던 용병들에 비해 새로운 타입의 용병이 왔다면서 재미있어하고 있다.
2018 넥센으로 국내 복귀할 때 개막전 3월 27일 고척돔 홈경기에서 친정팀 한화 선수들에게 자극적인 제스츄어를 취하자 한화 선수들은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이라며 발끈했고 이에 대해 KBO는 넥센 구단에게 엄중 경고를 내렸다. 본인은 친근감을 표현한 것이라곤 했지만 한화에서 로저스 인성을 들먹인 일도 있고 해서 로저스가 일부러 인성질을 시전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한동안 잠잠해지다 5월 29일 KIA 챔피언스필드 원정 경기에서 7말 12-5로 앞서가는 가운데 안치홍에게 중견수 뜬 공을 친 뒤 1루까지 갔다가 다시 KIA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던 순간, 로저스는 넥센 더그아웃으로 걸어가면서 안치홍을 쳐다보면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를 감지한 주장 김민성이 로저스를 더그아웃으로 돌려보냈고 1루를 맡은 장영석이 안치홍을 진정시키면서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안치홍이 먼저 몸쪽 공에 화를 내는 등 로저스를 자극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이때의 사건 때문인지 다음 날 헥터 노에시가 로저스에게 손가락 욕을 시전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찍히기도 했는데, 정작 이건 별로 기사화도 되지 않고 둘이 친해서 그랬다는 둥 대충 사과하고 넘어갔다.
로저스를 대놓고 싫어하는 기자가 있다는 것은 이후 6월 3일 LG전에서 로저스가 부상당했을 때도 보면 알 수 있는데, 갑작스럽게 부상당한 로저스가 강판될 때 다음 투수를 위해 시간을 끌어주지 않고 바로 뛰어나오듯이 내려왔다고 깐 것이다. 이후 같은 언론사에서 수습하듯이 로저스는 부상 당한 순간에도 아웃카운트를 잡기 위해 2루로 공을 던졌고 내려와서는 너무 아파서 울기까지 했다고 따로 기사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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