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무죄 판결

먼저 보면 좋은 참고글 이석기는 누구인가? 


 

당초 이석기가 지하혁명조직인 소위 'RO(Revolutionary Organization)'을 만들어 무장투쟁을 일으키려했다는 점이 이 사건의 쟁점이었다.


내란음모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내란에 대한 확실한 계획을 세우고 조직을 구성하는 것에 더불어 실행을 위한 자금 등 현실적 준비를 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1심에서는 지하조직 RO가 실존한다고 판단하고 내란음모죄에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2심에서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판결은 뒤집혔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내란선동죄가 성립되려면 반드시 선동 목적인 내란 행위의 시기나 대상이 구체적으로 특정될 필요는 없다. 선동 상대방이 가까운 장래에 내란 범죄를 결의, 실행할 개연성이 있다면 충분히 내란선동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히며 내란선동죄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내란을 구체적으로 모의한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이 내란을 일으키도록 부추기는 발언을 했다는 것. 그리고 법원에서는 항소심 판결을 확정지었다. 



여기서 논란이 터진 것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로 과연 이석기의 발언이 '내란선동'이 될만한 것이긴 한 것인가 하는 논란이고, 둘째로 애초에 증거도 부족한 내란음모죄를 적용한 것은 정치적인 이슈몰이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논란이다. 


첫 번째 논란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좀 더 다루도록 하고 두 번째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하자면, 이석기 사건이 터지기 이전, 정부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논란으로 궁지에 몰려있었으며,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국내 진보정당으로서는 처음이나 다름없는 성과를 거두었던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이석기 사건이 터지며 국정원 논란이 종심됨과 더불어 결국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사건까지 이어지는데, 통합진보당이 해산당한 이유가 결국 RO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위헌 집단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작 내란음모는 무죄, RO는 실체없는 조직으로 판단됨에 따라 통합진보당 해산은 그 근거가 상당히 미약해지게 되었다. 당시에도 이 해산명령 결정에 반대하던 야당들의 주된 근거는 '아직 대법원 판결도 안 나왔는데 좀 기다려보지?'였다.결국 내란음모 혐의가 법적 조치 자체가 아닌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혐의라는 주장이 나왔다.


어쨌든 위에서 말했듯 RO의 실체나 북한과의 연계성을 증명할만한 증거가 아무것도 없고, 그 와중에 다른 혐의인 내란선동과 국보법 위반에 대한 증거는 이성윤이라는 사람이 녹음한 내용을 바탕으로 검찰이 작성한 녹취록밖에 없다. 


이성윤은 통합진보당 당원이었으며 그 전부터 진보세력에서 활동해왔던 사람이다. 본인과 국정원의 주장에 따르면 2010년에 처음 국정원에 이석기와 RO에 대한 사실을 내부고발하기 시작하여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한다. 헌데 이 녹취록의 450여곳의 워딩이 실제 발언과 비교했을 때 심각하게 날조되어 있다고 변호인단이 주장하였다.


왜곡됐다고 주장하는 부분 중 몇 가지만 추리면 다음과 같다. 왼쪽이 검찰 녹취록, 오른쪽이 변호인단 주장.

전쟁에 관한 주제를 호소하고 → 전쟁 반대 투쟁을 호소하고

전쟁을 준비하자 → 구체적으로 준비하자

성전(星戰) → 선전(宣傳)

결전성지 → (천주교)절두산 성지



그 외에 기간시설 타격이나 총기 준비 등의 발언도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5월 12일의 강연은 전쟁이 임박한 상황에서 전쟁을 막기 위해 어떻게 활동해야 하나에 대한 정세 강연이었을 뿐 내란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녹취록을 왜곡하거나 날조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허나 녹취록 중 일부는 원본 녹음파일이 남아있지 않다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변호인단이 검증작성하고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한 5월 12일 강연록이다. 판단은 알아서 하자. 읽어본 사람들의 평가를 보면 어휘와 표현, 사상이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 NL 운동권의 단점이 그대로 드러나있다는 평가가 굉장히 많으나, 어찌 되었든 '내란'으로 엮는 건 무리라는 평가가 많다.


이것 외에도, 애초에 녹음 자체가 불법적으로 일어난 일이며, 이성윤이 2010년부터 사실상의 프락치 활동을 하며 모은 증거, 즉 위법수집증거이므로 애초에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문영심의 책 '이카로스의 감옥'에는 당시 이석기와 함께 RO조직 수뇌부로 지목된 9명의 수사 당시 국정원 수사관들이 불법적인 일들을 다수 수행했다는 가족들의 증언이 실려있다. 당시 국정원 수사관들이 영장이 있음에도 제대로 된 사유를 말하지 않고 뺑소니 사고 관련 조사 등을 핑계로 문을 열게하였고 압수수사 와중에 가족들에게도 자신들이 가족들의 신상을 잘 알고 있음을 암시하며 은근히 협박하는 듯한 말투를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사건을 대하는 언론들의 태도가 문제가 되었는데, 



검찰이나 국정원의 피의사실공표죄 여부야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지켜지는 적이 전무하니 논외로 치더라도,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검찰이 제시하는 혐의 내용을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받아쓰기 하듯 찍어냈는데 후에 결국 내란음모 무죄를 받고 RO나 북한과의 연계성 등도 없는 것으로 판결이 나오면서 대부분 거짓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대표적인 것으로 이석기의 집에서 1억 4000만원 상당의 루블화와 달러가 나왔다는 보도가 뜨면서 북한 공작금이니 뭐니 모든 언론이 난리가 나서 퍼날랐는데, 알고 보니 1억 4000만원 중 100만원 만이 달러와 루블화가 섞인 외화인데 이는 국회 상임위원회(미방위) 소속 의원으로서 동료 의원들과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환전했다가 남은 돈이라고 한다. 나머지 금액은 재산신고에도 포함된 출처가 확실한 금액이라고. 


아무튼 이런 기사들은 이석기에 대한 여론을 풍비박산 냈다. 검찰로서는 저것들 덕분에 재판이 더욱 쉽게 굴러갔다.


국내 일부세력들의 구명 운동 지지


한중정치외교연구소장 이재봉, 인권운동가 박래군, 성공회대학교 교수 한홍구 등은 재판 과정에서 직접 증인으로 참석해 각자의 전공 분야의 지식을 동원해 이석기의 사상이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상이 아니며 이석기에 대한 처벌은 표현/사상의 자유 침해라고 주장했다. 한홍구는 그 후로도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은 국가정보원 당국의 정치에 관계된 위기를 덮어 감추려는 조작이라면서 이석기를 향한 지지를 여러 강연/글에서 계속 표현하고 있다.


2015년 6월 24일에는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이하 구명위)가출범했다. 

고문으로는 권오헌, 김상근, 박순경, 이창복, 정동익, 조영건, 함세웅

공동대표로는 강병기, 김성근, 김한성, 박래군, 유시경, 정진우, 조순덕, 최재철, 퇴휴, 한충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6년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을 본격으로 다룬 작가 문영심의 『이카로스의 감옥』이 출간된 후, 이석기를 지지하는 지식인들의 의견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민주화 운동의 거목인 신부 함세웅과 복사 김상근은 이카로스의 감옥에 추천사를 썼으며, 장정일과 박노자를 위시해 진보계 저명한 인사들이 책의 내용을 지지하고 나섰다.


2015년 2월, 국제 인권 단체 국제엠네스티는 박근혜 정부 2년 간 한국 인권이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예시 중 하나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을 들었다. 



국가보안법을 포함한 법 조항의 자의적 해석으로 한국의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를 비롯한 미국 지식인 57명이 2013년 당시 이석기에 대한 의혹의 증거가 불충분함을 지적하며 그를 석방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당시 한 일베 회원이 촘스키에게 보낸 메일에 대한 답신을 근거로 이 성명서의 내용이 조작이라는 주장 있었으나 이후 촘스키가 다시 본인이 성명에 참여한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올해 6월에는 빈곤의세계화 의 저자 미셸 초서도브스키 캐나다 오타와대 명예교수가 방한하여 양심수석방 추진위에 참석하기도 했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이석기 전 의원과 통합진보당에 대하여 박근혜 정권이 어떤 행위를 하였는가를 잊어선 안 된다”며 “문재인 정부의 광범위한 개혁의 일환으로서 양심수 석방이 단행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6년 이카로스의 감옥이 출판되었다. 녹취록 조작 의혹을 비롯,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의 쟁점을 다루며 결과적으로 이석기가 부당하게 처벌되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함세웅, 장정일, 박노자를 비롯한 저명 인사들이 이 책의 내용을 지지하고 나서며,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탄핵 정국을 둘러싸고 다시 한 번 이석기에 대한 논란이 점화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자신이 박근혜 정부에 의해 부당한 판결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인물들을 석방하고자하는 움직임도 곳곳에 일어나고 있으며, 이석기도 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보수는 물론 온건파에게 까지 이석기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할 정도로 그에 대한 여론이 워낙 나빠서, 일부 단체를 제외하곤 탄핵 정국에서 역풍을 맞을 우려때문에 대다수의 집회에서는 자중하고 있는 분위기. 



8차 촛불집회에서 민중연합당 소속 사람들이 앞면에는 '황교안은 퇴진하라' 와 뒷면에는 이석기, 한상균을 석방하라 라고 적힌 양산형 시위 종이를 대놓고 나눠주고 이석기 석방 서명운동을 벌이며 위의 이카로스의 감옥을 홍보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석기를 석방하라'라는 애드벌룬도 관찰되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열린 집회에서도 이러한 행보는 이어졌다. 


한편, 박사모는 이러한 움직임을 보고 촛불집회를 종북세력의 선동이라고 주장하였고,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촛불집회의 순수성이 훼손되었다'는 논조의 기사를 내고 있다. 진보 세력 내에서는 이석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부와는 관계없이, 소수의 통진당 잔당을 명분으로 촛불집회에 또다시 낡은 순수성 프레임을 들이대는 보수언론에게는 거부감을 드러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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